월간 환경교육

박수연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환경교육 스케치 5탄

유형
환경시사
등록일
2021-06-04
출처: 지속가능발전 포털

출처: 지속가능발전 포털

지난 5월 26일 세계기상기구(WMO)의 새로운 보고서는 지구 온도의 1.5도 상승이 앞으로 5년 정도 남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지난 해 예측보다 2배나 더 빠른 것이다. WMO는 또한 향후 5년 내에 역사상 가장 더운 해의 기록이 새로 세워질 가능성이 무려 90%이상이나 된다고 말했다. (뉴시스, 21.05.27.)
빨간지구, 푸른지구 (그림 출처: World.edu)

[그림1] 빨간지구, 푸른지구 (그림 출처: World.edu)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업화 이후 1도가 상승했다고 했었는데, 벌써 0.2도가 더 올라서 이제는 1.2도가 상승했다는 보고를 확인(프레시안, 2021.04.21.)했다. 앞으로 2030년까지 고작 8여년의 시간동안 0.3도 이상의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곳곳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외치며, 다양한 환경캠페인과 챌린지가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실천을 계속 해도 바뀌는 것이 없어 보이는 순간 우리는 ‘나 혼자 이런다고 과연 바뀌는 게 있을까?’라는 회의감을 마주하게 된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종종 이런 미끄러지는 마음이 들 때마다 산드라 크라우트바슐이 쓴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의 다음의 문구를 상기시키곤 한다.
비록 우리 집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물론 다른 쓰레기도 거의 나오지 않게 되었지만, 이러한 성과조차도 전 세계적인 자원 사용량 규모에 견주어 보면 아무리 후하게 쳐 준다 해도 고작 수백억분의 일 언저리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결과가 이렇게 시원찮은데도 계속 애를 쓸 필요가 있는가 하는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런 질문은 비겁하다.

- (나는 플라스틱없이 살기로 했다) 중 -

사실 개인의 실천은 그것 자체로도 영향력을 가진다. 적어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렇다. 그리고 강한 실천력을 가진 개인들은 주변을 끌어들인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혼자서 묵묵히 지켜오던 ‘미래를 위한 금요일’은 이제 전 세계 청소년들을 거리로 이끌어내었고, 학생답게 공부해서 미래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라는 어른들에게 ‘없어질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라며 일침을 가했다.
인도 9세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 (사진출처: 조선에듀)

[그림2] 인도 9세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 (사진출처: 조선에듀)

툰베리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어린 실천가들의 활약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인도의 9살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은 직접 만든 산소통을 매고 거리로 나선다. 세계 최악의 대기질을 가진 30개 도시 중 무려 21개가 인도에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칸구잠의 아이디어는 완벽한 현지화 전략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홀로 시위를 멈추지 않았던 칸구잠에게 이제는 함께하는 동료들이 생겼다. 1)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치열한 입시경쟁과 개인주의가 심각하다는 어른들의 평가를 비웃듯 우리 청소년들의 연대는 새로운 정책과 바람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바로 며칠 전 P4G회의2)가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 썩은 당근 217kg을 쏟아붓는 퍼포먼스를 통해 정부가 말뿐인 기후위기 대응으로 그린워싱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근 흔들기 퍼포먼스 (사진출처: 청소년기후행동페이스북, 뉴스펭귄)

[그림3] 당근 흔들기 퍼포먼스 (사진출처: 청소년기후행동페이스북, 뉴스펭귄)

이들은 또한 올 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학교 환경교육 활성화 정책을 이끌어낸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2019년 5월 서울시교육청으로 행진해 조희연교육감을 만나, 자신들의 미래를 지킬 수 있도록 환경교육을 실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생태전환교육 중장기발전계획을 발표하고, 이들의 요구에 응답했다. 또한 2020년 7월 9일, 경상남도 교육청의 제안으로 진행된 전국 시도교육감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앞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올해는 광주교육청, 경상남도 교육청, 그리고 서울시교육청이 환경교육 관련 전담부서를 배치했고, 제주도교육청 등은 역점과제에 생태환경교육을 채택하는 등 짧은 시간 놀라운 변화를 이루어냈다.
이러한 변화는 문제의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그 소리를 존중하며 받아들인 기성세대와의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청소년과 성인, 이 문제에 당사자가 아닌 사람은 없다. 이것이 한 사람도 빠짐없는 연대가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플라스틱 OUT을 위해 행동하는 놀라운 십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2살의 태국 청소년 레일린 릴리 사티타나산은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기업의 콜센터로 무작정 전화를 한다. 하루 약 20~30통의 전화를 하고, 해당 기업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였으면 좋겠다면서 그 이유를 이야기할 테니 5분만 들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처음 혼자 전화를 하고, 기업에 찾아갔을 때, 자신들은 이미 다 규정에 따라 하고 있다는 대답에 기운이 빠지기도 했고 힘이 들기도 했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연대를 하니 진짜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3) 바로 실천하는 개인들의 연대하는 힘이다.
넘쳐나는 플라스틱에 숨이 막히는 것 같다는 레일린 릴리 사티타나산 (출처: 중앙일보)

[그림4] 넘쳐나는 플라스틱에 숨이 막히는 것 같다는 레일린 릴리 사티타나산 (출처: 중앙일보)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일회용품이 얼마나 편한데 안 쓸 수가 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사티타니산과 같이 아주 적극적으로 플라스틱과 싸우고 있다. 페이스북의 그룹인 ‘플라스틱 없어도 잘 산다(플잘알)’는 실천하는 개인들이 9천명이나 가입하여 각자 자신의 실천을 공유하기도 하고, 분리배출이 잘 안되도록 나온 제품에 대해 고발하기도 한다. 개인용 빨대, 텀블러, 장바구니와 픽업용 개인용기까지 삶에서 플라스틱을 없애려는 개인들의 실천은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며 연대한다.
지난 2월 녹색연합, 알맹상점 들이 주도한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은 현재 사용하는 화장품 용기가 재활용이 거의 불가한 다양한 재질이 섞여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의 ‘재활용 어려움’ 표기에서 예외가 되어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불과 2주만에 전국 상점에서 8000여개, 370kg의 화장품 빈 용기가 수거되었다. 이전에는 전문적인 환경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단식, 농성, 시위와 같은 단어로 무장한 대응을 해왔다면, 최근에는 가치지향적 소비를 하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이러한 ‘어택’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어택 이후 몇 개월만에 화장품업계에서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대신 종이 용기의 도입을 보다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모두 개인들의 연대에서 일어났다.
화장품 어택-시민들이 행동한다 (사진출처: 녹색연합홈페이지)

[그림5] 화장품 어택-시민들이 행동한다 (사진출처: 녹색연합홈페이지)

이러한 변화는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YMCA가 해태제과(홈런볼), 롯데제과(카스타드), 오리온(초코칩쿠키) 등에 플라스틱 받침접시 사용중단을 요구했을 때에는 상품 파손 우려로 변경 생각이 없다고 답변했던 3사가 한 달 여만에 모두 플라스틱 용기 사용중단 계획을 앞 다투어 내놓았다.4) 그뿐만이 아니다. 롯데칠성의 아이시스를 시작으로 많은 생수 업체에서 무라벨생수로 전환하고 있고, 동원 F&B는 차 음료 최초로 무라벨 병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한편,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바로 며칠 전, 면세품을 전달할 때 사용했던 비닐을 없애고 종이봉투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변화가 이어질 수 있는 동력은 바로 시민의 참여와 강력하고 예외 없는 정부 정책의 이행이다.
10년 전 내가 처음으로 지속가능발전교육센터에서 일할 때 우리 사무실은 시청 안에 있었다. 종종 사용했던 다회용컵을 화장실 세면대에서 씻곤 했는데(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열악한 근무 환경이었다!), 자주 마주치던 시청 직원들은 그렇게 물 쓰는 게 더 아깝다고 핀잔을 주면서 하루에도 몇 잔이나 되는 종이컵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곤 했다. 그러다 지난 2018년 오랜만에 들른 시청 사무실에서 종이컵이 아닌 시청 로고가 새겨진 도자기컵에 믹스커피를 내 주었던 날의 감개무량함은 여전히 잊을 수가 없다.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의 효과였다. 좋은, 싫든 정부의 강력한 규제는 변화를 만든다. 그리고 행동의 변화는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세계환경의날 2021 (출처: World Environment Day 홈페이지)

[그림6] 세계환경의날 2021 (출처: World Environment Day 홈페이지)

매년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로 기념한다. 세계 환경의 날은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제정했다. 올해는 환경의 날에 맞추어 유엔 생태계회복의 10년(The UN Decade on Ecosystem Restoration)의 시작을 기념한다. 주제어는 세 개, 다시 상상하고(Reimagine), 다시 창조하고(Recreate), 다시 회복하자(Restore)이다.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상상을 확장하고, 더욱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식으로 창조하자.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망쳐놓은 모든 것들을 우리 스스로와 미래세대를 위해 함께 되돌리자. 아직 시간이 남아 있을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 규제가 없어도 일반 시민들은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제로웨이스트 샵을 찾아 일상용품을 구입하고, 운동을 위해 밖으로 나가 쓰레기를 함께 줍는 줍깅/플로깅을 할 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탈석탄을, 플라스틱 제로를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는 정부가 이러한 우리 국민들의 시민성에 지나치게 기대지 않았으면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은 이런 때 찰떡인 속담 아닌가? 지금처럼 목소리를 내고, 동참하는 사람들이 생길 때일수록 그들의 자발성에만 기대어서는 안 된다. 같이 노를 저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가치 중심적으로 살아가려는 노력을 소진시켜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강력한 정책으로 모든 사람의 삶으로 깊숙이 파고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개인적 실천가들이 더욱 연대하고 힘을 낼 수 있도록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제 가치 있는 소비에 관심을 가진 세대가 점차 투표권을 갖는다. 이미 확인했듯이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정당에 투표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치에 투표한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표에 관계없이 지구를 지키는 탄소제로의 가치, 그 자체를 지향하는 정치인들이 더 늘어나고, 사람이 바뀌어도 자신에게 우리의 앞날이 달려있다는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진 행정가들이 시민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듣고, 더 강력히 결단하면서 함께 연대해 나가는 모습을 다시 상상하고 다시 만들고, 다시 회복시켜보자.

1) 조선에듀(2020.03.26.) [Pick! 세계 어린이] 인도 9세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
2) P4G(녹생성장과 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의 회원국이 2년마다 번갈아 여는 정상회의이다. P4G는 정부 기관과 기업·시민사회 등 민간부문이 파트너로 참여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달성하려는 세계적인 협의체로 한국과 덴마크 네덜란드 등 12개 중견국이 파트너국가로 참여하고 있다. 2018년 덴마크에서 1차회의가 열리고 3년만에 2021년 5월 30일~5월31일까지 대한민국이 주최국으로 화상회의를 통한 2차 회의가 열렸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3) 중앙일보(2019.12.16.) 매일 전화 20통…태국 12세 소녀의 '플라스틱 전쟁'
4) 오리온은 중국시장 수출 건은 플라스틱받침이 없다며 플라스틱 트레이 길이를 줄이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었다.

참고자료
녹색연합(2021. 02. 25). 화장품어택-시민들이 행동한다. (http://www.greenkorea.org/activity/living-environment/zerowaste/86767/)
뉴스펭귄(2021. 05. 27). 'P4G' 개최까지 D-3… DDP에서 썩은 당근이 쏟아진 이유는? (http://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666)
산드라 크라우트바슐(2016).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 서울: 양철북
서울신문(2021.04.12). 과자류 플라스틱 용기 못 빼나 물었더니… 제과 3사 “그럴 생각 없다” (https://url.kr/bl6rnq)
스포츠서울(2021.05.25). 현대백화점면세점, '비닐백 사용 제로화' 선언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1043678)
아시아경제(2021. 05.26). 아이시스 8.0, 국내 생수브랜드 최초 무라벨 생수 "친환경 경쟁력 강화" (https://view.asiae.co.kr/article/2021052512134096055)
오마이뉴스(2021.03.29). 화장품 용기에도 '재활용 등급' 표시 적용, 시민들이 바꿨다. (http://omn.kr/1smve)
조선에듀(2020.03.26.). [Pick! 세계 어린이] 인도 9세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 (https://url.kr/tsp1ne)
중앙일보(2019.12.16.). 매일 전화 20통…태국 12세 소녀의 '플라스틱 전쟁' (https://news.joins.com/article/23657868)
청소년기후행동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youth4climateaction.kr/?ref=page_internal)
투데이신문(2021.05.24.). 롯데·해태 이어 농심도 제품 내 플라스틱 용기 사용 중단…환경단체 요구에 ‘응답’ (http://asq.kr/z864)
World.edu(2019. 6. 7). Language matters when the Earth is in the midst of a climate crisis. (http://asq.kr/xVrkP9)
World Enviroment Day Website.(https://www.worldenvironmentday.global/news-and-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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